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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클래식 읽기


맘앤아이에서 소개하는 ‘김동민의 클래식 읽기’는 클래식 음 악을 어렵게만 느끼셨던 독자들을 위해 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련된 코너입니다.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소개는 물론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꾸며집니다.


세 가지 신뢰


몇 달 전 동료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LA Times에 난 클래식 음악관련 기사였습니다. 연주회 리뷰나 음반소개, 혹은 다른 흥미 있는 내 용이겠다 생각하고 링크를 열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기사는 한국의 한 오케스트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신문의 내용을 읽어보았더니 신임 음 악감독과 KBS교향악단의 마찰에 대한 보도였습니다. 최근 한국 음악계 를 떠들썩하게 한 KBS교향악단과 함신익 음악감독 사이의 갈등을 보면 서 한국인으로서, 또 음악인으로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LA Times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소식을 접한 이후로 한국 내 여러 목소리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KBS교향악단 단원 중 많은 분들을 알 고 있어서 이런 저런 내부소식도 전해 들었지요. 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정기 연주회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국면으 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을 즈음에는 상황이 어 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실은 이것이다” 라고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지만, 저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음악가를 길러내는 음대에서는 앙상블이 필수 과목입니다. 성악의 경우는 합창을, 피아노는 반주를, 다른 악기전공은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혼자하는 연주이건 함께 어우러져 하는 연주이건, 음악 앞에서 개인이 먼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 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무대에 오 르는 상황이 생깁니다. 음악가들 가운데는 유독 자기고집이 강한 사람도 있고, 특정한 개인 성향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음악가 들은 “어울림” 속에서 무대를 꾸미기 마련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단 한 명 만 무대에 오르는 경우 보다는 피아니스트를 동반하는 경우가 더 많고, 오 페라 무대에 서는 성악가들은 대개 오케스트라의 도움을 통해 노래를 부릅 니다. 작곡가들 역시 본인이 직접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연주자와 함께 협력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휘자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러고 보면 자기 개성이 뚜렷하고 음악적 견해도 다른 음악가들이 한 무대 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 우 “신뢰”라는 매개체를 통해 때로는 기적처럼 하나가 됩니다. 저는 이 “신 뢰”를 세 가지 정도의 다른 측면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음악가들은 자기와 수준이 맞는 사람들끼리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합 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보다는 자신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음악가와 일하


42 EDUCATION May 2012


KBS 교향악단, 함신익 음악감독


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데, 쉽게 말해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뛰 어난 음악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게 용서될 수 있습니다. 뭔가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에게 있어서 큰 자양분 이 되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는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한 대상과 함께하는 경 우 입니다. 음악성이 아주 특별하지 않다 하더라도 인격적으로 신뢰할만한 사람을 대할 때 음악가들은 뭔가 특별한 것을 끌어 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으로 자기 자신이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될 때 생기는 신뢰가 있습니다. 쉬운 예로, 한 음악가의 수준은 연주료를 통해서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돈을 적게 받게 되거나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유명 연주자나 단체 로부터 함께 연주하자는 의뢰를 받게 될 때 형성되는 신뢰가 있습니다. 반 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기 수준보다 낮은 사람이나 단체와 함께 연주하 게 되더라도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해 줄 때 형성되는 신뢰가 있을 수 있겠 지요. 물론 자기 이름에 먹칠할 정도의 형편없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 겠만요. 전문 연주자나 단체의 경우는 위의 세가지 신뢰의 조건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가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위에서 KBS교향악단 사태를 언급했지만, 이는 KBS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끼있고 개성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그 속에서 생기는 갈등 을 피할 수는 어렵겠지요. 음악가들 사이의 어려움 뿐만아니라, 스태프들과 의 갈등이나 이사진 내부의 문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 수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곳이라면 그 러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불협화음이 없어야만 할 것 같은 종교단체 같은 곳에서도 다툼과 내홍이 생기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하면서 피할 수 없 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의 생각은 늘 자기 중심에서 출 발하고 이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겠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 회복의 가능성 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동민


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음악감독 김동민 씨는 Karajan Conducting Fellowship(AAF/카 라얀 센터/빈 필하모닉)과 Schmidt Conducting Fellowship(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수상자이다. 현재 뉴저지에 거주하며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관현악지휘와 비올라 복수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무리 하고 있다. http://newyorkclassicalplay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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