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의 역할 역시 그와 같아요. 무용수는 몸으로 예쁘게 작품을 표현해내는 일을 하지만 안무가는 그 무용수가 표현하게 될 동작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지요. 그러한 세밀한 동작들에 음악과 의상, 무대 디자인이라는 살을 붙여서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내는 종합예술이 바로 안무예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배경, 무대와 의상,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처럼 종합예술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안무를 만들 때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그 가운데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 그녀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은 물론 심지어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부분까지 그녀만의 방식을 통해 알리고 표현해 내야 한다는 일종의 ‘예술가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최근 그녀가 선보인 작품은 ‘160 마일스’와 ‘공’이다. ‘160 마일스’는 북한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다. 독재정권 아래서 상상할 수조차 없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삶을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 70분 동안 재현해냈다. 물론 북한을 직접 가본적도 없고, 워낙 베일에 싸여져 있는 나라이기에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표현하는 것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북한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작품에 몰두했다. 특히 첫 번째 파트에 등장하는 발레연습 때 쓰이는 봉은 남북한을 이어주는 다리로 변하여 북한 주민들이 그 다리를 건너 북녘 땅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표현되기도 했고, 댄서들이 무대 중간에 커다란 원을 그리며 계속해서 돌아가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의 감정이 다 사라진 마치 로봇과도 같은 삶을 대변해주기 위해 표현되었다. 극 중간에 그 원은 어느 한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원을 로봇처럼 돌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하나 둘씩 그 원에서 나와 자유를 향해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허무하게도 그 장면은 단지 꿈으로 끝이 난다. 이 밖에도 무대 양쪽 끝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서로를 경계하며 노려보는 두 명의 공산당원들 사이로 무용수들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그녀는 이 장면을 통해 새로 들어선 정권과 이전의 권력 가운데 어쩌지 못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기구한 현실과 그들이 결국 그 가운데 목을 조이며 쓰러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공연을 본 외국인들은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하고 슬픈지 인식하고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공연을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열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전세계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뉴욕에서의 공연은 그 어떤 곳보다 메시지 전달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억압이 전혀 없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이곳에서 제 작품을 통해 북한의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싶었어요. 지구상의 한 작은 나라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독재정치로 인한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고, 그곳 사람들은 이러한 아픔 가운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사실과 한국 사람으로써 남과 북으로 갈라진 조국의 아픔에 대해서 전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또 하나의 대표 작품인 ‘공(zing)’ 역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성차별을 당하고 존중 받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이 작품은 조선시대의 남존여비 사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진보와 보수적인 여성이 각각 등장하여 억울한 일에 대해서 북을 두드리며 몸으로 호소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이 공연은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북을 두드리며 외쳤던 한국의 ‘신문고’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더 이상 여자라고 묵인하지 말자’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북을 두드리는 동작과 두 여자의 몸짓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외침이 담긴 70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1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2~3명의 소수 단원들이 참여해 작품에 대한 기초적인 구상과 스케치를 거치고 난 뒤 점차 살을 붙여나가는 종합 예술의 과정이 반복되고, 그렇게 준비된 작품이 무대 위에 올려 지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 현대무용은 창의성과 예술성, 그리고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난해하고 어려운 장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반적이지 않는 현대무용을 대할 때 낯설음과 더불어 모호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현대무용을 대할 때는 ‘open mind’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현대 문화를 선도하는 뉴욕의 공연들 앞에서는 더더욱 그런 태도가 중요하지요. 뉴욕에서의 공연들은 물통을 그냥 물통 그대로 보여주는 공연이 절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고전적인 생각들과 형식을 탈피한 새로운 예술 형태를 추구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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