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용기록사무국의 한국인 맨하튼 다운타운에 위치한 세계무용기록 사무국(Dance Notation Bureau)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무용’ 하면 떠오르는 넓은 스튜디오와 음악소리 대신 책상, 컴퓨터, 서랍장, 파일 박스들이 놓여있는,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만난 김미라씨에게 우선 이름도 생소한 ‘무용 기보(Dance Natation)’에 대해 물었다. “무용 기보는 음악에서 악보를 만들 듯 일종의 무보(舞譜)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무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그걸 기호로 나타내는, 그러니까 동작을 기록하는 방법이에요. 물론
세계무용기록사무국에서 하는 일이다. “세계무용기록사무국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에요. 첫째는 ‘Notation’인데, 춤을 라바노테이션으로 기록해서 무보로 보존하는 일이에요. 둘째는 ‘Staging’인데, 이미 무보로 기록되어있는 작품을 다시 공연으로 재구성하는 일이에요. 그렇게 해서 세상을 떠난 안무가의 작품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는 거죠. 셋째는 ‘Education’인데 무보법의 이론을 교육하고 또 재연가(reconstructor)를 양성하는 일이에요. 세계무용기록사무국은 무용기록과 관련된 일을 하는, 말하자면 이 분야의 국제 센터예요.” 현재 세계무용기록사무국에는 두 명의
주셨고, 그렇게 남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무용은 그녀의 평생 길이 되었다. 현대무용을 전공으로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한 그녀는 기존의 무용실기뿐 아니라 안무, 무용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졸업 후의 꿈은 무용단 활동을 하면서 중고등학교에서 무용교사로 근무하며 자신과 같이 무용을 해볼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에게 무용을 소개하고 알려주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사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직을 신청해서 과목들을 이수하고 교생실습도 마쳤다. 그렇게 모든 게 평범하게 지나가는 듯 했는데, 언제부턴가 본인의 마음 속에서 자라던 뭔지 모를 불편함이 커다란 벽처럼
무용은 음악보다 더 많은 요소를 필요로 하는 종합예술이다 보니까 동작만 기록하는 걸로는 충분치 않아서, 무보 외에도 하나의 무용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들을 다 기록으로 남겨야 하죠. 예를 들면, 음악, 의상, 소품, 무대세트 등 그 작품을 다시 공연한다고 했을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기록으로 남겨서 보존하는 거예요.” 현재 나와있는 무보법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라바노테이션 (Labanotation)’이 그녀의 주 분야다. 라바노테이션은 20세기 초에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이라는 독일의 무용이론가가 개발한 동작기보법인데, 이 기보법을 이용해 춤을 기록하고 무보를 만드는 일이 그녀가 현재
무용기보가가 정규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김미라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무용 원래부터 무용기보에 관심이 있었던 걸까? 이름도 생소한 분야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더니 그녀는 본인이 처음 무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입을 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무용수업을 담당하던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비로소 에어로빅이 아닌 무용다운 무용을 처음 접했다는 그녀. 몸의 움직임으로 뭔가를 표현하는 무용이 너무 좋아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비로소 부모님께 무용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다행히 부모님들께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해
그녀를 막아 섰다. “제가 예술계 고등학교가 아닌 인문계 출신이어서 그런지, 대학생활을 하면서 한국사회의 위계질서, 인맥, 특히 예술계에서 누구 선생님의 누구 제자, 그런 것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예술계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적응한 것을 저는 다 큰 대학생이 돼서 부딪치니 쉽게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뭐랄까,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입어야 되는데 입기 싫은 옷처럼.” 사실 90년대 초 이화여대 무용과는 대한민국의 무용계를 이끌던 기라성 같은 교수들이 입시비리로 모두 해임되고, 김미라씨가 입학하던 당시는 무용과가 아직 그 후폭풍으로부터 완전히 재정비되지 못한
August 2012 PEOPLE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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