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EDUCATION
엄마, 나도 당당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댁의 아이가 조용하고 소심한 편입니까? 오늘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30분만 들어 주세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람이는 아주 조용한 아이다. 아람이의 방과후 학교 담당선생님은 아람이가 숙제시간에 집중을 못 하고 자주 멍 하니 있어 걱정스럽다고 보고 한다. 상담자가 교실에서 아람이의 행동을 관찰해보니 숙제를 하다가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옆에 아이들이 지나가도 움직임이 없다. 쉬는 시간에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하거 나 혼자서 책을 읽지만 아람이는 이야기하는 아이들 틈에서 가만 히 지켜보고만 있고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 이들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선생님 질 문을 하면 아람이는 끊임없이 손을 든다. 선생님이 아람이가 대답 하도록 하면 갑자기 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질문과 상관없 는 대답을 한다. 이런 아람이의 행동 때문인지 반의 다른 친구들도 아람이와 친하려고 하지 않고 아람이가 있어도 그림자취급을 하며 같이 놀려 하지 않는다.
보통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면 속상해하고 위축되어 보이는데 아람 이는 이런 친구들의 반응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인다.
아람이는 왜 이런 행동을 나타내는 걸까? 상담자는 아람이의 어머 니를 만나 이야기해보았다. 어머니는 일주일 내내 일을 해서 사실 아람이와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하였다. 아람이는 2살 남동생 을 돌보는 외할머니와 시간 대부분을 지낸다고 한다. 외할머니 또 한 어린 손자를 돌보는데 바빠 조용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 람이에게는 관심을 둬 주지 못한다. 아람이의 아버지는 아람이가 어렸을 때부터 가정폭력이 심해 1년 정도 전 가족들의 신고로 지 금은 접근 명령을 받고 가족과 분리되어 살고 있다.
상담자는 아람이와 게임이나 놀이를 하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 후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해 물어보자 엄마는 항상 바쁘고 늦게 와 서 만나기 어렵고, 할머니는 아기 동생을 돌보느라 자기에게 관심 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지난주 짐을 싸서 여행을 갔다고 하고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다. 사실 어머니의 보고에 의하면 아 버지가 집을 나간 지는 1년이 넘었다고 한다.
48 EDUCATION July 2013
아래의 아람이의 사례에서는 가정환경의 불안정 또는 부모의 자녀와의 대화 부재 등으로 건강하게 자기표현 하는 법을 배우 지 못하여, 학령기에 발달과정 중 하나인 친구 사귀기를 못하 고 겉돌고 외로워하는 아이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지금 이 글 을 읽는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자신감 있게 자기를 표 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람이는 아주 오래전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주 최근의 일처럼 말하고 최근의 일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을 못 하고 표현하지 못했다. 상 담자와 문장완성놀이를 하면서 ‘나는 무엇이 그립다.’라고 하면,‘ 나는 TV가 그립다.’라는 식으로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사물에 대해 주로 표현한다.
처음에 상담자를 만났을 때는 상담자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하고 주춤거리며 알아듣기 어려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지 만, 두 달 정도 상담자와 매주 한 번씩 만나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이야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이었 다. 자신이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지, 아이스 스케이팅을 잘 타 는지, 아기 동생을 잘 보는지 등 상담자가 물어보기도 전에 30분 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잘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자랑했다. 상담자는 신 나게 반응하면서 계속 열심히 들어주었다. 처음에 만 났을 때와 달리 아람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똘망하고 활기찬 모 습으로 대화하고 가끔 아주 큰 목소리를 웃기도 했다.
그동안 친구들 주위에 서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아람 이도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했을까? 바쁜 어머니와 할머 니, 그리고 항상 화가 나 있는 아버지, 말이 통하지 않는 남동생 속에서 자기표현을 하고 싶은 아람이는 마음속 깊이에서는‘아무도 내 이야 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을 것이다.
가족들의 반응을 통해 아람이는 자신이 이야기하면 ‘가족들이 귀 찮아하고 들어주지 않겠지, 다들 바쁘고 화난 얼굴로 자신을 바라 보며 짜증을 내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람이 는 자신을 스스로 가족들이 귀찮아하는 존재 또는 방해되는 존재 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가족들에게서 받은 이런 반응들이 다른 사 람들에게도 옮겨져서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수 없는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아이라고 잘못된 망상을 가지지 시작했을 수 도 있다.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말을 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들이 자신을 가로막으니,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너무 표현하고 싶은데도 참아야 하고 또한 너무나 오랫동 안 마음속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참아와서 상담 시간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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