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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클래식 읽기


맘앤아이에서 소개하는 ‘김동민의 클래식 읽기’는 클래식 음 악을 어렵게만 느끼셨던 독자들을 위해 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련된 코너입니다.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소개는 물론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꾸며집니다.


싸이가 만드는 “소나타형식”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고 움직임도 많이 위 축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이야기로 활 기차게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전 세계를 강타했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 싸이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 습니다. 한 외국 기자가 ‘언제쯤 이 곡이 세계적인 히트곡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가’라고 질문했는데, 그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세계적 인 스타들이 뮤직비디오를 본 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 던 시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노래가 출시되자마자 한국에서는 큰 인 기를 얻었지만 외국에서 활동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싸이의 말대로 라면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보니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싸이가 미국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없었다거나, 혹은 학업에 열중하느라 조신하게 도서관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영어로 허 물 없이 이야기하는 게 힘든 가수였다면 어땠을까요? 또한 이 곡의 컨 셉을 “말춤”으로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 었을지도 궁금합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볼 때는 ‘운이 좋았다’ 고 쉽게 풀이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겪었던 삶의 굴곡을 보면 흥미롭 습니다.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이야 기이고, 대마초 관련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 던 적도 있습니다. 2년 전 발표했던 음반의 타이틀곡은 ‘19금’ 판정을 받아 활동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대박을 터뜨린 가수 싸이가 있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가 겪었을 삶의 무게를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의 작곡가가 있습니다. 18세기 후반 인류의 역사 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빠지지 않는 음악계 인물, 바로 작곡가 요 세프 하이든입니다. 서양음악사에서 하이든의 업적을 논하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부터 시 작해야 할 지 한참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그의 업적은 지대합니다. 하 이든의 부모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하이든의 음악교 육을 위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보냅니다. 몇 년 후 고국으로 돌아와 빈의 스테판 성당 소년합창단에 들어간 하이든은 당시 오스트리아의 여왕으로부터 총애를 받을 만큼 뛰어났습니다. 그 러나 나이가 들어 합창단을 나온 이후 10여 년 동안 하이든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생활을 위해 악기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악단 의 단원으로 거리음악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필요할 때면 성당에서 악 기를 연주하거나 개인에게 고용되어 그때그때 필요한 돈을 벌면서 틈 틈이 작곡을 했습니다. 보헤미안의 한 백작의 악장으로 취임하면서 잠 시 안정된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곧 악단이 해체되면서 다시 빈으 로 돌아와야 했고 또다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로부터 얼 마 후 하이든의 운명이 바뀔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헝가리의 귀족인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소유한 개인 악단의 실무 책임자로 가게 된 것입


니다. 하이든은 그로부터 은퇴하기 전까지 약 30여 년 동안 안정된 후 원 아래 음악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업적들을 남기게 됩니다. 작품의 숫자도 엄청났지만 “소나타형식”이라는 작곡의 중요한 형태를 확립하 게 되는데, 쉽게 말하자면 안전한 집을 지을 때 사용할 기본 설계도면 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이든이 확립한 소나타형식 이후 후대 작곡가들은 교향곡, 협주곡, 현악 4중주 등 안정된 구성 으로 작곡을 할 수 있 게 되었습니다. 모차 르트와 베토벤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 소나타형식을 확립한 것이 하이든이고, 현 대에 만들어진 작품들 역시 소나타형식을 기 반으로 한 곡들이 많 습니다. 에스테르하지 악장으 로 일할 당시 하이든 의 작품들은 독자적 이고 새로웠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마치 강남스타일을 접한 미국과 유럽 사람들의 귀를 사로 잡았던 것과 같 았습니다. 당시 음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하이든과 세계적인 가 수로 발돋움한 싸이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 습니다. 둘 다 집을 떠나 외국에서 유학을 했고, 유학 이후 재능을 인 정받았지만 10여 년 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점 등이죠. 하이든 은 그 후 그의 재능을 활짝 꽃피울 30년의 안정된 시기 동안 그 누구 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남기게 되고, 다른 나라에서 작곡을 위촉 받 기도 하며 결국 커리어 후반에는 영국에도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과 연 대한민국 가수 싸이는 앞으로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어떤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요?


글 김동민


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음악감독 김동민 씨는 Karajan Conducting Fellowship(AAF/카라 얀 센터/빈 필하모닉)과 Schmidt Conducting Fellowship(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수상자이다. 현재 뉴 저지에 거주하며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관현악지휘와 비올라 복수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http://newyorkclassicalplayers.org


44 EDUCATION Decemb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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