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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새의 새로운 둥지


얼마 전에 뉴욕에서 뉴저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될 정도로 가까운 옆동네지만 분위기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빽빽 하게 늘어선 빌딩보다 초록빛 나무로 우거진 자연 환경이 더 많고, 신 호가 바뀌자마자 출발하지 않으면 빵빵거리는 뒷 차의 소음도 조금 은 덜 한 것 같습니다. 물론 도시의 삶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죠. 커 피 한 잔을 들고 빠른 발걸음으로 도시를 활보하는 블랙 정장을 입 은 뉴요커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으니까요. 어디에 살던 다양한 사 람들이 내뿜는 독특한 열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곳에서 살아보니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으면서도 한 곳에 오랫 동안 둥지를 틀지 못하고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저의 삶이 마치 철따 라 움직이는 새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번식기와 월동기를 오가며 이동하는 철새 중에는 나그네새(통과조)와 떠돌이새[漂鳥]가 있다고 합니다. 나그네 새는 북쪽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한반도를 통 과하여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한반 도를 지나 북쪽의 번식지로 향하는 새라고 합니다. 떠돌이 새는 가까 운 지역을 이리저리 철을 따라 옮겨다닌다고 하네요. 결국 한 곳에 정 착하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인데요, 우리의 인생도 나그네와 같 은 것이 아닐까요. 왜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노래도 있었잖아요. 나그네들이 외로워보이긴 하지만 그들 나름의 커뮤니티가 있었고, 그 커뮤니티에 결속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사릿문에 거칠게 새 겨진 이상한 모양의 문양들이 있었는데 그게 동네 꼬마들이 장난으 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 동네를 지나치는 나그네들의 소통방식 이었 다고 합니다. 그릇 모양으로 짧은 U자가 그려진 집은, 주 인 마음씨가 좋아 밥을 얻어먹기 좋다는 뜻이고, 낫 모양의 ㄱ자가 그려진 집은 뭔가 일을 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름 공평무사한 주인이 살고 있다 는 뜻이고, 점들만 찍혀 있는 집은 밥 구걸하면 주 인이 소금을 뿌린다는 뜻이었다고 하네요. 나그 네들도 그들끼리 소통하는 방식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나니 그들도 외롭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 와서 둥지를 틀고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록 타국에 살지만 한국인이라는 뿌리로 하나가 된 우리 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은 저에게 참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 둥지에서 오래도록 여러분과 소통하며, 언젠가 다시 길 을 떠나기 전까지 맘앤아이가 한인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소통방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enior Editor, Sally S. Yang October 2010 PEOPLE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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