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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발렌타인데이, 일곱 자매축제(Seven Sisters Festival)


오는 8월 13일은 음력으로 7월 7일, 바로 홍콩의 전통 명절인 ‘치지 에탄(七姐誕)’, 일곱 자매 축제의 날이다.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사 실 일곱 자매 축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칠월 칠석’과 같은 유래를 가지 고 있다. 일년에 한번 까치가 놓아준 오작교로 은하수를 건너야만 만 날 수 있는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에서 는 옛날이야기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는 아 직도 중요한 절기 중 하나로 취급되어 관련 문화행사가 열린다. 그렇다면, 견우 직녀 이야기가 왜 홍콩에서는 일곱 자매 축제로 불리 게 된 것일까? 역사적으로 이 명절은 여자들을 위한 축제로 여겨져 왔 다. 옛날 여자들의 삶이란 시집가서 남편과 함께 자식을 기르는 게 전 부였다. 훌륭한 남편을 만나 사랑 받는 것과 살림을 야무지게 해내는 손재주는 당시 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바였다. 그녀들은 솜씨 좋은 직 녀처럼 되기를 바랬고, 그래서 쉽게 견우직녀 전설의 신봉자가 되었 다. 그녀들의 숭배는, 흥미롭게도 견우가 아닌 같은 여성인 직녀와 그 자매들에게로 집중되었다. 직녀는 하늘 천제의 외손녀로 6명의 자매 가 있었는데 자매들 모두 손재주가 뛰어난 것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이들 자매를 칠 선녀로 부르며 함께 숭배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칠월 칠석이 되면 직녀와 그 자매들을 향해 제사를 지내고 자기도 마음이 명 민하고 손재주가 있어서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수 있기를 빌었던 것. 또, 아낙네들은 달빛아래 함께 모여 거미와 거미줄을 수놓고 밝은 아 침에 이를 확인해 누가 거미줄을 헝그러트리지 않고 제대로 쳤는지 바 느질 장인을 뽑는 등 손재주를 연마하는 행사도 개최했다. 이처럼 칠 월 칠석 축제는 철저히 직녀를 포함한 일곱 자매들을 기리는데 맞춰졌 고, 그래서 축제의 명칭도 ‘일곱 자매 축제’로 민간에 불려지기 시작했 다. 그러고 보면 하늘에서도 천제의 마음에 차지 않아 은하수 저편으 로 쫓겨난 견우는 땅에서도 찬밥신세다. 일곱 자매 축제는 공식적으로 음력 7월 6일 밤부터 시작된다. 홍콩에 서는 그날 밤 시집 안 간 처녀들이 집이나 길모퉁이 공터에서 제사상을 차려 향을 태우고 일곱 자매와 견우를 경배했다고 한다. 제사상에는 칠 선녀들이 입을 옷과 견우의 옷, 관음보살(민간에서는 견우와 직녀 가 만날 때 관음보살이 현신한다고 믿고 있다)의 옷과 종이로 만든 금 은장신구, 빗, 부채 등 칠 선녀들이 장단 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바 쳐졌다. 지금도 홍콩 사이공과 팍완 지역에 있는 일곱 자매 사당에 가 면 현대에 맞게 재현된 제사상을 볼 수 있다. 현대에 오면서 일곱 자매축제는 여자들만의 축제에서 서양의 발렌타 인데이처럼 연인들을 위한 날로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특히 발 빠른 상인들은 중국의 발렌타인데이라고 포장하며 연인관련 상품의 프로모 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홍콩에서는 젊은 연인들이 홍콩 섬 완차이 보 웬 로드에 위치한 ‘연인들의 바위(Lovers’ Rock)’에 따로 공물을 바 쳐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혼자라면 사이공의 칠 선녀 사당에 서 열리는 제례 의식에 참가해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원하고, 둘이라면 연인들의 바위를 찾아 영원한 사랑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귀신들이 풀려나는 중원절(The Hungry Ghost Festival)


배고픈 귀신들의 축제(鬼節)라고 불리는 중원절은 매년 음력 7월 15 일(양력 8월 21일) 우리 곁을 찾아온다. 중국인들은 이날이 되면 잠들 지 못한 영혼들이 풀려나 이승을 떠돌아 다닌다고 믿는다. 지옥의 대 문이 열리고 음문의 영혼들이 죄다 풀려 나와 떠돌아다니면서 배 채울 곳을 찾아 다닌다는 것. 자손이 있는 영혼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향불 과 공양을 받으며 배를 채우지만,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영혼들은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서 해코지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이날이 되면 배고픈 귀신들에게 공물을 바쳐서 귀신들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 치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집안의 평안을 기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음 력 7월 15일을 백중날이라고 해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지만 중국인 들은 조상신뿐만 아니라 오갈 데 없는 귀신들까지 거두는 점이 다르다 고 하겠다. 배고픈 귀신을 돌아보는 관습은 외롭고 배고픈 이들을 위 해 구제하는 보시로 연계된다. 홍콩에서는 ‘평안미’라고 해서 귀신에 게 제공된 쌀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중원절의 기원은 석가모니 시대로 올라간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에 백 련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상을 떠난 모친을 매우 그리워했 다. 그는 명계까지 볼 수 있는 ‘천안통’을 구해 모친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펴보곤 했는데 어느 날 모친이 배고픈 귀신으로 변한 것을 발 견했다. 그는 석가모니에게 모친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석가 모니는 모친을 대신해서 선을 행하고 공덕을 쌓을 것을 권했다. 욕심 많은 영혼들이 음식을 먹으면 불로 변해 삼킬 수가 없어 배고픈 귀신이 되어버린 것. 조상을 위해 공덕을 쌓을 때 비로소 귀신이 먹는 음식이 차가워져서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원절은 지금까지도 홍콩을 비롯한 중국에서 주요 절기로 취급되고 있다. 중원절이 되면 현지인들이 길거리에 불을 피우고 자신의 조상이 나 다른 영혼들이 내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이 나 옷, 여러 가지 공물을 불태우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길거리 를 가다 보면 밖에 배고픈 영혼을 위해 내놓은 음식을 발견할 수 있다. 외지인 입장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종이로 만든 공물들이다. 예전에 는 돈, 옷, 황금 등이 주였지만 최근에는 아이폰, 컴퓨터 등 현대화된 공물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요즘에는 저승에서도 귀신들이 아이폰으 로 전화하고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 시대인 것이다. 중원절 홍콩 거리나 공원을 거닐며 사람들이 배고픈 귀신들을 위해 어 떤 공물을 바치는 지 눈 여겨 보면서, 한편으로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 을 위하는 홍콩 현지인들의 따뜻한 심성을 느껴보기로 하자.


글 Mom&I Global Reporter / Hong Kong, 권정숙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인. 문화, 사회, 정치, 연예 등등 다방면에 관심은 많으나 실제 입만 열뿐 행동이 없다고 종종 잔소리를 들음(주로 남편에게서...) 하지만 관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고, 시작은 반이라고 믿으며 대충 귀 한번 씻어내고 변함없이 태평하게 잘 사는 주부


August 2013 LIVING & CULTURE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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