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EDUCATION COLUMN
감정을 수용하는 대화방법
얼마 전 대인관계와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성인 내담자를 상담한 적 이 있다. 완고한 아버지와 순종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화를 잘 참지 못하고 자주 분노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큰 환멸을 느끼고 있던 그는 결국 심리 치료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클리 닉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담자의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그 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감정과 생각을 적절히 수용 받지 못했다. 고위공무원이 셨던 아버지는 혈연단신으로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와 성실과 노력 하나로 성공한 분이었다. 내담자는 그런 아버지가 존경스러우면서도 싫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늘 책임감이 강하고 엄격하셨다. 자녀들에게 좀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 없었고 자 신처럼 열심히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반면, 어머니는 여성스럽고 나약한 분이셨 으며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눠 줄 여유가 많지 않았다. 내담자도 어머니를 힘들게 할까 싶어 자신의 어려움을 이 야기 할 수 없었다. 그냥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내담자는 성인이 되어 사업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 어서 가장이 되었고,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또 수십 명의 직원을 둔 사업체의 고용 주로 살아간다. 과거에는 힘의 역학관계상 약자에 속했다면 현재는 강자가 된 것 이다. 문제는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빼 닮았다는 데에 있다. 아 내와 아이들에게 늘 강압조로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을 때에는 바 로 거친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온다. 직원들에게도 자주 화를 내는 편이어서 몇 달 새 여러 명의 직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만 두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지만 그 이유를 잘 모르겠고, 또 해결의 실마리도 요원한 상태다.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인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제 대로 수용 받지 못했던 데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반복적으로 감정을 수용 받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서로 다른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고 진짜 감정을 감추거나 회피하는 방법으로 대응을 했던 것이다. 사실, 내담 자가 느끼는 분노의 감정은 주요 감정이 아닌 이차적인 감정이었다. “당신은 왜 미 리 재고를 확인해 보지 않았어?”라는 아내의 말에 버럭 화를 냈지만, 사실 내담자 는 자신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수치심을 일차적으로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진짜 감정이 수치심이었다는 것도 잘 몰랐 고, 또 무의식적으로 수치심을 방어하기 위해서 화의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내담자의 사례는 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는 일들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감정표현이 약한 반면, 다혈질적이고 화를 자주 내는 민족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도 내담자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읽고, 표현하는 방법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 약점에 노출되어 있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읽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양육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부 모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며, 해결하는 방법을 터 득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된 후에 친구, 직
40 EDUCATION September 2012
장동료, 애인,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 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려면 몇 가지 인식의 전환과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아이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그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 서 원하는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아이는 그만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분노발작을 보일 때 부모가 장난감을 사주 곤 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화를 내는 것은 타당한 근거가 있으며 부모의 관심이나 장난감을 사주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보상에 의해 강화된 행동이다. 두 번째로, 아이가 느끼는 진정한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 보아야 한다. 아이가 느끼는 화의 감정은 사실 이차적인 감정일 경우가 많다. 즉 아이는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나 염려의 감정을 일차적으로 느 꼈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느낄 수 있는 일차적인 진짜 감정(걱정, 염려)을 찾아서 공감해주어야 한다. “OO야, 엄마가 장난감을 안 사줘서 화가 났구나”라고 표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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