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그리고 배우 임성민씨는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KBS 공채 아나운서로 지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활동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아나운서의 길을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열심히 걸어가던 그녀는 점차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자신이 보도하는 자료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없이 모든 감정을 숨긴 채 로봇처럼 시키는 이야기만 되풀이해야 하는 한국에서의 아나운서의 삶을 과연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할지 갈등이 점차 커졌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다. 어쩌면 아나운서로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명성과 안락함을 뒤로한 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뛰어든 곳은 다름 아닌 배우의 길이었다. 아나운서로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표출되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인 배우의 길로 그렇게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녀는 ‘공부의 신’ ‘동이’ ‘내 사랑 내 곁에’ ‘투사부일체’ ‘무서운 이야기’ ‘아내의 자격’ 등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맡은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특히 최근 그녀는 ‘아내의 자격’이라는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며 악역을 맛깔 나게 소화해내면서 때론 주연 배우보다 더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마이클씨는, 평소 그저 사랑스럽기만한 아내가 표독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반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 와이프를 화나게 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그 역시도 임성민씨의 물오른 연기에 깊이 몰입되어 있는 듯 보였다. “하루하루 신혼의 달콤함에 젖어 있다가 촬영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행복했던 나를 지우고 내연녀라는 악역으로 변신해야 했어요. 상대 배우와 머리채를 붙들고 싸우는 연기는 특히 쉽지 않았죠. 제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좀 강한 이미지라서 그런지 억세고 거친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제 조금 순하고 착한 역할을 맡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임성민씨와 마이클씨의 첫 만남은 200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운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영화디렉터 석사과정을 마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마이클씨는 각종 다큐멘터리와 필름을 제작하는 동시에 뉴욕필름아카데미의 부총장을 맡게 되었다. 그 일로 인해 한국을 방문, 4주간 영화세미나 프로그램 디렉터로 3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에게 뜻밖의 만남이 주어졌다. 당시 임성민씨는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1주간의 프로그램을
September 2012 PEOPLE 17
마치고 막 한국으로 돌아간 때였는데, 미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담당하던 교직원이 마침 한국에 있던 마이클씨와 그녀와의 만남을 주선했던 것이다. 마이클씨에게 당시의 첫 만남이 어떠했는지 물었더니, 갑작스러웠던 첫 만남이 단지 비지니스를 위한 것이었는지 소개팅이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조금 난처했던 기억이 난다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사실 당시 마이클씨는 임성민씨가 마음에 들기는 했으나 이틀 후면 본인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업무상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야 했던 상황이라 임성민씨에 대해 더 알아보지도 못한 채 기약 없는 작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만나야 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고 했던가! 이 두 사람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의 끊을 놓지 않았고 이메일 등으로 서로의 안부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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