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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클래식 읽기


맘앤아이에서 소개하는 ‘김동민의 클래식 읽기’는 클래식 음 악을 어렵게만 느끼셨던 독자들을 위해 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련된 코너입니다.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소개는 물론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꾸며집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 Yujia Wang


최근 세계 음악계에서 뜨거운 주목 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를 고르라 면 여러분은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 까? 아마도 그 선두주자는 랑랑(Lang Lang)쯤 되지 않을까요? 그는 전세계 에 방문해보지 않은 나라가 없고, 서 보지 않은 콘서트 홀이 거의 없을 정도 로 독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피아니 스트입니다. 미국 내 공항에 가면 그를 모델로 하는 초대형 명품 광고판을 쉽 게 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가로써 그가 가진 젊은 에너지와 천재성이 대 중적 인지도와 결합되어 커다란 상품 가치를 창출해낸다고 볼 수 있겠지요. 오늘은 랑랑의 뒤를 잇는 또 한 명의 연주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유자 왕


(Yuja Wang) 이라는 중국계 여류 피아니스트입니다. 랑랑과 더불어 중국 계 피아니스트로서 주목을 받는 윤디 린이 있지만, 1987년생인 유자 왕은 두 사람에 비해 나이도 훨씬 어리고 겉으로 보기에도 작고 여린 체구를 가진 탓에 보호본능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2008년, 커티스 음대를 졸업하자 마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던 사를르 뒤뜨와에게 전격 발 탁되었습니다. 그 후광을 등에 입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 줄줄이 무혈 입성 하게 된 이후 클라우디오 아바도나 로린 마젤 같은 지휘자들로부터 독 특한 에너지와 컬러를 가진 피아니스트라고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녀의 연 주 스케줄을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연주를 소화해 내고 있 습니다.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피아노의 대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무서 운 신예라고 할 수 있죠. 베이징에서 태어난 유자 왕은 6세 때 피아노를 시 작하고, 10살이 되었을 때 이미 음대에 진학할만한 실력을 갖추었지만 나이 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입학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기다 리자 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주게 되었고, 캐나다와 미국의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이어가다가 16살부터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본격적인 연주활동 을 시작합니다. 유자 왕이 조명을 받게 된 첫 번째 계기가 있었는데, 피아노의 여제로 불리 우는 아르게리히가 보스턴에서 가지려고 했던 음악회에 나설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대신하여 무대에 올라 독보적 기량을 보인 것이었습니다. 이후에 독 일의 최고 권위의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에서 음반이 출시되었고, 신들린 듯한 그녀의 연주에 세계 음악계는 열광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작년 8월 중순 전세계 언론의 집중을 받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Hollywood Bowl 에서 열린 Los Angeles Philharmonic과의 협연에서 연주자들이 통상적 으로 입는 드레스 대신 뾰족한 하이힐에 몸에 붙는 붉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것입니다. 이 무대 직후에 지역 언론인 LA Times는 물 론 유럽과 뉴욕, 그리고 한국의 언론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연주보다는 이날


42 EDUCATION June 2012


입은 파격적인 의상에 대한 평가로 집중되었습니다. 매 연주마다 그녀의 신 기에 가까운 연주에 탄성을 보내던 언론의 평가와는 사뭇 달랐지요. 반짝반짝 빛나는 젊은 연주자들이 각광을 받는 시기가 있다가도 세월이 지 나면 대중들의 관심이 조금씩 멀어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10년 전세 계를 호령하던 연주자들 가운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식을 알 수 없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이것은 잠시 잠깐 주목을 받는 것보다 꾸준 히 오랜 시간 동안 활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더 대단한 일인지를 증명해 줍니다. 피아니스트 매너햄 프레슬러는(Menahem Pressler) 1923년생으 로 한국 나이로 치면 올해 90세입니다. 피아노 실내악 연주에 역사적인 업 적을 남긴 보자르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수십 년 동안 왕성하게 활동했습 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젊은 시절 못지 않게 지금까지도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60년 동안 교수로 재직중인 인디애나 대학교가 위치한 블루밍턴을 중심으로 전세계를 무대로 오케스트라 협연, 리사이틀, 그리고 실내악 연주와 매스터 클래스에 이르기까지 20대의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힘들만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연주와 연주 사이에 하루 이틀 시 간이 생기면 인디애나로 날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시 돌아오는 일도 다 반사지요. 90세의 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체력도 놀랍지 만, 사실 현역 연주자 로 세계 각지에서 계 속적인 러브콜을 받 고 있다는 사실이 더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웬만한 연주자는 60세, 길면 70세 정도가 되면 활동을 줄이거나 중 단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주로 집중을 하지만, 프레슬러의 경우는 나이 에 상관없이 연주와 티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연주력이 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연습에 매진하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믿을만한 소 식통에 의하면 실제로 프레슬러의 평소 연습량은 그가 가르치는 제자들에 비 해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구십 평생을 피아노만 치면서 살아온 거장의 자 리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겠지요. 랑랑이나 유자 왕과 같은 연주자들은 프레슬러보다 더 대중적이고 상품성 있 는 피아니스트일수는 있습니다. 아마 음악적인 기교 역시 90세 피아니스트보 다 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현재 그들을 위대한 피아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빛나는 젊은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원숙한 아티스트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Menahem Pressler 글 김동민


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음악감독 김동민 씨는 Karajan Conducting Fellowship(AAF/카 라얀 센터/빈 필하모닉)과 Schmidt Conducting Fellowship(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수상자이다. 현재 뉴저지에 거주하며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관현악지휘와 비올라 복수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무리 하고 있다. http://newyorkclassicalplay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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