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의 클래식 읽기
맘앤아이에서 소개하는 ‘김동민의 클래식 읽기’는 클래식 음 악을 어렵게만 느끼셨던 독자들을 위해 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련된 코너입니다. 작곡가와 음악에 대한 소개는 물론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꾸며집니다.
콩쿨, behind the scene
제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멤버인 S 는 한 국제콩쿨에 초청되어 경연을 치루고 돌아왔습니다. 며칠 전 함 께 식사를 하면서 콩쿨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 다. 요즘은 여기저기 콩쿨 숫자가 많아져서 인재의 등용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괜찮은(?) 국제콩쿨은 심사위원부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을 모시 는 것은 기본이고, 외국에서 참석하는 경연자들을 위해 항공료는 물론 숙박까지 제공합니다. 상금도 꽤 커서 1등에게 5만불을 상금으로 주는 콩쿨도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음반사에서 레코팅과 마케팅을 해주는 것 을 부상을 걸기도 하고, 매니지먼트와 연결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콘 서트홀에서의 데뷔연주를 주선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젊은 음악가들 에게 있어서 저명한 콩쿨에서 입상하는 것은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자신 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수 많은 콩쿨 가운데 가장 전통있고 저명한 콩쿨 중 하나는 75년의 역사 를 자랑하는 퀸엘리자베스 콩쿨입니다. 이 콩쿨을 통해 배출된 연주자 들은 열거할 수 없을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특히 지난 5월에 열린 바이올린 부분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최고의 기량을 갖춘 젊은 바 이올리니스트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이 중에는 이미 비슷한 수준의 콩 쿨에서 입상했던 스타들도 눈에 띄었는데, 특히 한국 출신 바이올리니스 트들이 많이 초청되어 자웅을 겨루었던 것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거대 자본을 내세워 큰 상금을 내걸고 콩쿨 이후의 연주기회를 보장하는 콩쿨 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인지 이번 퀸엘리자베스 콩쿨은 새로운 모습으 로 변모했었지요. 1차, 2차 예선을 거쳐 최종 파이널 무대에 12명이라는 비교적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선발했고, 대개 30여 분 정도 길이의 협주곡 한 곡 정도를 연주하는 여타 콩쿨과는 달리 파이널 무대에서 피 아노와 연주하는 소나타 한 곡, 그리고 일본 작곡가의 새로운 작품을 오 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주곡까지 3 곡을 연주해야 했습니다. 한 명의 결선 진출자가 90여 분을 혼자 소화할 능력을 가졌는지를 보는 것 같아서 연주자에게도 또 청중에게도 너무 가 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마치 수영, 싸이클, 그리고 마라톤 풀코 스를 연속해서 뛰는 철인 3종 경기와도 같다고 할까요? 건장한 남성 파 이널리스트조차 마지막 곡을 끝낸 후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홈페이지 영 상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퀸엘리자베스 콩쿨의 시도가 이후 다 른 콩쿨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의 지인인 피아니스트 H가 몇 년 전 이름있는 국제콩쿨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1,2차 예선을 거쳐 결선무대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마쳤 기 때문에 수상을 내심 기대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파이널리 스트로 결선무대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여자이지만 워낙 에 낙천적이고 털털한 성격이라 쿨하게 결과를 인정하고 다음 기회의 발 판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콩쿨 후 심사위원 한 명으로부터
42 EDUCATION July 2012
개인적으로 들었던 심사평은 악몽과 같았습니다. 워낙에 비주얼이 중요 한 시대라 이쪽 분야도 이런 분위기를 빗겨가지는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 은 “실력은 둘째”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합니다. H는 외모상으로 사람들 에게 호감을 줄만한 인상은 아닙니다. 쉽게 먼저 다가가 친숙하게 대할 만큼 싹싹하지도 않습니다. 그 심사위원이 지적했던 부분은 H의 비만이 었는데, 결론적으로 그녀의 외모는 피아니스트로서 “상품성이 없다”였습 니다. 그래서 연주자로서의 길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겉으로 보 여지는 것이 중요해진 수준을 넘어서 우려할 단계가 된 것이 결국 차가운 현실로 드러나게 되었지요. H의 연주가 매우 훌륭한데도 말입니다. 콩쿨에서는 실력도 중요하고 외모도 관련이 있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콩쿨식”으로 연주하는 것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S가 결선무 대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후 한 심사위원이 그를 위로하며 격려했던 이 야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당신은 Mozart를 참 잘 연주했습니 다. 아주 클래식하고 간결했습니다. 그런데 콩쿨에서는 당신의 단정 하고 순전한 해석보다는 Mozart답지 않게 연주하더라도 더 화려하고 공격적인 해석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콩쿨은 어쩔 수 없 는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리 주변에 수 많은 훌륭한 음악가들 가운데 이런 저런 이유로 콩쿨 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콩쿨이 주는 역기능이 분명 존재 하기 때문이겠지요. 콩쿨로 인해 음악가들이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순기능이 더 부각되고 많 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동민
New York Classical Players의 음악감독 김동민 씨는 Karajan Conducting Fellowship(AAF/카 라얀 센터/빈 필하모닉)과 Schmidt Conducting Fellowship(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수상자이다. 현재 뉴저지에 거주하며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관현악지휘와 비올라 복수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무리 하고 있다.
http://newyorkclassicalplaye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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