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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아이돌을 흔히 노래로만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경쟁자들 사이에서는 노래 뿐만 아니라 방송분량 확보라는 숨은 경쟁까지 존재합니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하는 치열함이 숨어있어요.” 이러한 사실을 재빨리 파악한 한희준씨는 오디션 중간중간에 자신의 숨겨진 유머 실력을 발휘하여 거의 매 회마다 엄청난 방송분량을 확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노래로 이뤄진 경쟁뿐이 아닌 방송분량 확보라는 감춰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의도에 성실히 임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매주 이어지던 치열한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점점 굳혀 나가던 한희준씨가 목표했던 24위에 오르던 날 방송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모든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흔들었다. 그가 울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밀알’의 장애우들 때문이었다. 그는 오디션에 참가한 이후 단 한 순간도 밀알의 친구들을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패배감에 빠져 암흑 가운데 있던 그를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일으켜 세워준 밀알의 식구들, 바로 그 친구들로 인해 그는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올 결심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삶을 되찾아 주었던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인터뷰 중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했던 연약한 모습들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지역 예선에서부터 시작해 본선까지 진출한 후 목표했던 24위의 자리까지 오른 순간, 이전과는 달리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할 수 있었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인간적인 욕심 또한 있었다고 한다. “처음 가졌던 순수했던 동기를 순간순간 잃어버리고, 방송 출연이 많아지고 여기저기에서 스타 대접을 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내 안에 있는 욕망과의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의 달콤한 말들과 세상이 가져다 주는 명예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동안 힘든 시간들을 겪어봤기에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 박수를 받을 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기권을 생각할 정도로 부담감도 함께 생겨 났지요.” 오디션 경합을 하면서 더 높이 올라가서 떨어지면 더


많이 아플까봐 아들이 받을 상처를 미리부터 걱정하는 어머니를 보며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았던 그는 곧 다가올 시간들에 대해 서서히 준비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9위 자리를 놓고 펼치는 오디션에 임할 때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 것을 무대를 끝내고 난 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감할 수 있었던 그는 그래서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아메리칸 아이돌 본선 공연은 거기서 끝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모든 관중들과 심사위원들은 인상적인 그의 무대에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는 모든 화려함과 추억으로 가득했던 무대를 내려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있어 끝이 아니었다. 무려 15만 명의 참가자 가운데 9위라는 엄청난 순위를 기록한 아메리칸 아이돌 9위 한희준의 삶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한국식 유머, 미국에서도 통했다 이후 한희준씨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그의


빈자리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글들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이제 아메리칸 아이돌을 무슨 재미로 보느냐’는 사람들의 문구는 인종과 나이를 초월하여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재치돌’ 캐릭터로 많은 이들의 저녁 시간을 웃음짓게 한 그의 귀엽고 신선한 유머를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단지 한국인들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미국인들 앞에서 몸이 아닌 말로 그들을 웃긴다는 것은 외국인으로, 특히 조용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한국인으로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희준씨는 그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주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미모의 여성 앵커에게 “우선 저는 오늘 저녁 당신과 식사를 할거예요”라는 귀여움이 섞인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오디션에서 한 팀이 된 고집쟁이 카우보이의 뒤에서 엄한 말을 내뱉은 후 “이제 곧 네가 방송을 통해 보게 될 텐데, 내가 뒤에서 너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했어. 너희 어머니께 정말 죄송해’라는 식의 상상을 뛰어 넘는 멘트를 던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아메리칸 아이돌 1위에 당당히 오르기도 했다. 전문 코미디언도 아닌 그가 어떤 유머 비법으로 미국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한국인들만이 가진 고유함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July 2012 PEOPLE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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