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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12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부모님과


함께 미국 땅을 밟게 된 한희준씨. 16살이 되던 해, 다소 어린 나이였지만 공개 오디션을 통해 뉴욕 한인타운을 소재로 한 마이클 강 감독의 ‘West 32nd Street’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데뷔 영화에서부터 비중 있는 배역을 맡아 큰 주목을 받으며 연예계로 화려하게 입성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그의 첫 영화는 상영한지 3일만에 문을 닫아 흥행 실패로 끝이 나고 만다. 이후 자신의 진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다음 과정에 대해 너무도 막막해하던 그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끼를 발산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17살에 자신이 지내던 곳 가까이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나 회갑잔치, 심지어 연말에 열리는 수산협회와 청과상회와 같은 큰 송년회 파티에서 사회자로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이어간다. “저의 과오는 아니었지만 결혼식에 DJ가 나타나지 않자 앞에서 사회를 본다는 이유로 신부에게 심한 말을 듣기도 했고, 연말 파티에서는 술이 잔뜩 취한 어른의 과일안주에 얼굴을 맞기도 했어요. 한 유명 배우의 팬미팅에서는 배우가 참석하지 않자 사회자인 저에게 모든 불평과 욕설이 쏟아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희준씨는 이러한 일들 때문에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뛰어난 말솜씨와 유머를 통해 누군가의 가장 스페셜한 날을 빛내주기도 하고, 삶에 지친 이민자들의 연말 파티에서는 그들의 수고와 노고를 자신만의 따뜻한 진행과 입담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덜어 주기도 했다. 장소에 상관없이 맡은 위치에서 충실했던 그는 서서히 뉴욕의 퀸즈 일대에서 명 사회자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사회자 역할만 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곳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주저 없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노래를 듣게 된 한 프로듀서에 의해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된다. 19살, 가수가 되기 위해 부푼 꿈을 가지고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던 그의 마음 속에는 방송에서 늘 보았던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무대, 그리고 미친 듯이 열광하는 팬들에 대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며 흥분과 기대로 가득했으리라. 하지만 한국 땅에서 그가 부딪혔던 현실은 꿈꿔왔던 모습과는 전혀 완전히 달랐다. 화려한 무대는커녕 2년 동안 좁은 단칸방에서 프로듀서 한 명과 함께 보내며 벽을 보고 노래 연습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 저곳 분주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물론 그는 그런


시간들 가운데서도 절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세상의 벽이 냉철하고 높다고 하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자신의 실력을 알리고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과 상관없이 모든 결과는 번번히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눈부실 것만 같았던 한국 생활의 꿈들은 높은 현실의 벽 앞에 점차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병역과 관련해 받게 된 신검에서 뜻밖에도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그는 당장 약을 복용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 큰 슬픔을 느끼고 가족들이 있는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물론 2년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에게 있어 더없이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다시 돌아온 뉴욕에서도 그의 방황은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자신은 이렇게 무력하고 초라하게 있는 것에 반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정상적으로 대학에 다니며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씩 달려가는 모습들을 보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비교의식까지 그를 사로잡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실패는 갈수록 그를 의기소침하게만 만들어 갔다. 그런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다. 어느 날, 무력한 삶을 살아가던 그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사촌 형이 자신이 자주 찾아가 봉사하는 ‘밀알’이라는 장애인 단체로 그를 데리고 갔다. 처음에 그 방문은 그저 일회적인 방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찾아가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내던 것이 점차 일주일에 두 번, 세 번으로 늘어 갔고, 어느 날 바로 그곳에서 장애우 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쁨이었다.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세상의 어려움과 씨름하는 장애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장애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 생각이 들자마자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준 그 친구들을 돕고 싶었고, 그 어떤 곳에서도 소망을 찾을 수 없었던 제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장애우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 방송매체를 통해 그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게 되었죠.”


Welcome to Hollywood 밀알의 장애우들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소망으로 그는


주로 공중파와 언론사 이곳 저곳을 전전긍긍하며 찾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밀알의


July 2012 PEOPL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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