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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더라도 우연히 좋은 풍경과 조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천주희 작가는 자신의 추상화들을 “mindscape(마음의 지도)”라고 부른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풍경 중 하나가 기다리고 있던 작가의 마음 속에 울 림으로 다가온다면 작가는 지켜보고, 반기고, 그리고 그 풍경과 대화를 시작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한 곳, 닿을 수 없는 높은 절대자가 살고 있는 그곳을 향해 기도하던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그녀는 자신에 게 울림으로 다가오는 풍경, 사물, 생각 하나를 향해 순전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기다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충실한다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또 다른 핵심 이 아닐까. 그리고 붓을 들기 시작하면 붓을 든다는 것이 너무나 기뻐서 작가의 마음 속에 든 풍경을 자신도 절대로 내려 놓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시작하면 대개 시리즈로 작업을 하고, 하나의 작품이 마르고 있는 동안 다른 작품으로 옮겨가 작업을 한다. 그 렇게 하나의 시리즈가 끝나는 동안 캔버스 위에 끊임없는 일기를 써내려 가고 쉼없는 기도를 선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제 그림의 준비이면서 과정이고 끝이다”라는 그녀의 한 마디가 작품들을 모두 설명하는 듯 강하게 다가온다. 처음 천주희 작가의 작품을 갤러리에서 접했을 때, 추상화지만 매우 흥미 롭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또 다시 들여다보고, 옆에 서도 쳐다보고, 멀리도 가보고 또 가까이가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 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천주희 작가의 작품은 보는 사람이 지루할 사이가 없다. 추상화는 쉬운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 작가의 작품 들을 알고 보면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들 은 관객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리고 관객을 여러 각도로 움직이게 만 든다.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의 감성과 생각들이 캔버스 위 에서 춤추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활자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녀의 독백 이, 또 그녀의 기도가 일기가 되어 감수성 넘치는 관객들에게 벽을 허무 는 장치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업은 인간의 기본 근성 중 자신의 결점을 감추면서도 반대로 드러내는 아이러니로 나타난다. “작업하는 그 순간의 감정을 투명한 아크릴층 사이 사이에 즉흥적으로 담아내는 일련의 과정이에요. 저의 직관을 믿지 않으면 절대로 완성할 수 없는 작업인 셈이죠.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레이어들로 구성된 작품 들은 이전 레이어의 중첩으로 만들어진 새롭고 매력적인 부분이자 이전 이미지에 의해서 좌우되고 또 결정되는 부분입니다. 이 중첩된 이미지들


28 PEOPLE July 2012


은 그림 안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찾아 투명함으로 다시 덮어나 가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림 속에서 가리고 싶지만 완전히 덮어 버리기에 는 싫고,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는 모순된 이중적 감정 속에서 또 하나의 층을 그 위에 쌓아 올려 이전에 마음에 들지 않던 것들을 바꿔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저에게 다시 다가오도록 표현해 냈습니다. 보이 지 않는 내부까지 드러내어 보여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시간 집착 처럼 했어요. 가려지면서도 동시에 드러내고 싶었죠.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은 저의 그림 안에서 끊임없이 대립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투명 아크릴 재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지요. 투명한 면들과 섬세한 선들 사 이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언제나 저를 자극하고, 중첩된 레이어들 사 이에 생기는 공간들과 그 공간의 깊이감을 표현해 냄으로써 마침내 완성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소중한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 존재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과 새로운 희망에 대한 끊임 없는 연구는 천주희 작가를 또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도록 해주었다. 그 녀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며 발상을 전환하는 기쁨을 꿈 꾸며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처음에는 2년을 계획했는데 영국 에서 학생 시절과는 다른 독립적인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열망이 저 를 붙들었습니다. 그렇게 부단히 노력했던 시간들이 어느덧 6년이 되었네요.” 지금까지 영국 생활 중 작가로서 잊 을 수 없는 시간은 2010년이라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노력했던 해였 지만 자신의 노력에 대한 깨알같은


보답처럼 많은 기회가 찾아왔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들의 전시인 4482 전시에 참여하기위해 St. Mary Hall에서 열리는 아트 경매에 참여하여 작품을 기증했어요. Artsdepot Open 2010 공모전에 출품이 선정되어 Apthorp Gallery 에서도 전시를 했었죠. 또한 재영 한인 예술인 협회 단체전인 Invisible Bounds를 주영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인 작가들과 또 한번 전시를 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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